온라인 감상
《8-Bit Overdrive》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순수 기악 콘셉트 앨범입니다. 바로 1980년대 아케이드와 패미컴(8비트 게임기)의 사운드 요소들을 현대 헤비메탈과 록의 틀에 집어넣어 본 것입니다.
소리의 뼈대는 펄스파, 삼각파 베이스, 노이즈 채널, 빠른 아르페지오 등 초기 게임 음악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곧바로 알아챌 수 있는 요소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 위에 일렉트릭 기타, 더블 킥 드럼, 디스토션 베이스를 얹었습니다. 편곡에서도 베이스는 바닥에서 얌전히 루트음만 깔아주는 데 그치지 않고, 주선율과 솔로의 상당 부분을 분담하며 때로는 맨 앞으로 튀어나와 날카로운 8비트 펄스 리드와 주고받는 연주를 펼칩니다.
앨범 전체는 한 편의 게임을 처음부터 끝까지 클리어하는 흐름을 따릅니다. 동전을 넣고 전원을 켜 타이틀 화면을 마주하는 것에서 시작해, 저마다 개성이 다른 ‘스테이지’들을 통과합니다. 지하로 파고들고,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중간에 도무지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 기괴한 것들을 마주치다 마지막에는 과열된 오버클럭 보스전으로 돌입합니다. 물론 실존하는 특정 게임을 모사한 것도 아니고, 옛 기기의 사운드 채널을 하나하나 그대로 복원하려 한 것도 아닙니다. 그 시절의 소리와 게임에 대한 기억을 빌려와 나만의 조립 실험을 해본 것에 가깝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초기 게임 하드웨어의 제약은 참 흥미롭습니다. 채널 수도 적고 음색도 단순했지만, 바로 그 제약 때문에 많은 부분을 플레이어 스스로 머릿속에서 채워 넣어야만 했습니다. 불과 몇 줄의 펄스파와 하나의 삼각파, 그리고 약간의 노이즈만으로도 브라운관 너머에 거대한 세계가 존재한다고 믿기에 충분했습니다.
마지막 곡에 이르면 앞서 휘몰아치던 디스토션과 오버드라이브가 서서히 걷히고, 맑은 기타와 삼각파만 남습니다. 한참을 씨름하던 게임을 마침내 깨고 나서, 패드를 내려놓고 엔딩 크레디트가 한 줄 한 줄 올라가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는 기분과 비슷합니다.
그리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
오래된 텔레비전 화면이 저절로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입니다.